'책에서는 증오심 때문에 사람을 죽이지만, 현실에서는 돈 때문에 사람을 죽인다.' 안나 실종 사건을 맡은 형사 보겔, 안나네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 마티니, 그리고 보겔의 고백을 이끌어내는 정신과 의사 플로레스. 세 사람의 심리 싸움이 돋보이는 반전 스릴러물 <안개 속 소녀>
영화 <안개 속 소녀> 줄거리
영화 <안개 속 소녀>(The Girl In The Fog)는 2018년 개봉한 반전 스릴러 작품이다. 영화는 정신과 의사 플로레스(장 르노)가 늦은 밤 경찰에게 전화를 받고 집을 나서면서 시작된다. 방금 전 차 사고가 나서 경찰이 출동했는데, 차 사고를 낸 남자가 쇼크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 플로레스는 차 사고를 낸 남자를 급히 만난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남자는 얼마 전 한 소녀의 실종 사건을 담당했던 유명 형사 보겔(토니 세르빌로)이었다. 플로레스는 셔츠에 묻은 피에 대해 묻고, 보겔은 담당했던 실종사건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한다.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둔 23일 저녁, 조용하지만 다소 폐쇄적인 산악 마을에서 안나라는 소녀가 실종됐고, 보겔이 사건을 담당한다. 부모는 착한 아이이고 아무 문제도 없었다고 진술한다. 보겔은 사건 해결에 언론을 이용하는 수사 방식을 활용하는 인물이었다.
보겔은 예전에 폭발테러 사건을 맡아서 언론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수사를 진행했는데, 후에 지목한 용의자가 진범이 아님이 밝혀진 적이 있다. 23일 안나는 교회에 간다고 집을 나섰고, 그 길로 실종되었다. 그리고 안나의 핸드폰은 집을 나간 지 7분 만에 꺼졌다. 보겔은 주변 인물의 소행이라 판단한다. 보겔은 소녀의 부모가 호소하는 모습을 언론에 내보냈고, 사건이 관심을 받게 되면서, 수사에 대규모 지원을 받게 된다. 보겔은 친분이 있던 기자 스텔라에게 안나의 일기장을 보여준다. 스텔라는 10대 소녀에게는 비밀 일기장이 따로 있을 거라고 말한다. 한편, 안나의 집 앞으로 안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모인 어느 날 밤, 캠코더로 그 장면을 찍는 한 소년을 발견하게 된다. 캠코더로 찍던 소년은 마티아였다. 보겔은 마티아를 찾아가 캠코더 영상을 보게 된다. 그리고 한 차량이 끊임없이 안나의 주변을 맴돌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차량의 주인은 학교 교사 마티니(아레시오 보니)였다. 마티니는 아내와 딸과 함께 반년 전쯤 이 마을로 이사 온 인물이었다. 마티니는 23일 새벽 등산하러 간다며 집을 나섰다. 언론에 나오는 캠코더 영상 속 차량을 보고 마티니의 아내는 마티니에게 어떻게 된 거냐고 묻는다. 게다가 그날 등산 갔다가 다쳐서 붕대를 감은 손을 보며 의심을 더해 간다. 수색 영장이 내려지고, 마티니의 집과 차량을 수색한다. 차량에서는 안나의 흔적은 발견하지 못하고 고양이의 털이 발견된다. 마티니 부부는 변호사에게 보겔의 폭탄테러 사건에 대해 듣게 된다. 당시 보겔은 로미오라는 사람을 범인으로 몰아 감옥에 넣었지만 무죄로 밝혀지고 석방되었다. 그리고 거액의 보상금을 받았다고 한다. 마티니는 학교에서 해직되었고, 마티니의 딸 모니카는 친구들을 잃고 집 안에만 있게 되었다. 마티니의 아내는 결국 딸을 데리고 마을을 떠났다. 보겔은 사람이 없는 곳으로 마티니를 불러 단 둘이 이야기를 나눈다. 보겔은 마티니의 차량에서 발견된 고양이 털이 안나의 집 주변에 있던 고양이의 털일 거라 생각한다고 마티니에게 말한다. 며칠 후 마을 강가에서 안나의 가방이 발견된다. 그리고 그 가방에서 마티니의 혈흔이 발견된다.
다시 정신과 의사의 사무실로 전환된다. 플로레스는 보겔에게 자신이 혈관 수술만 3번을 받았고 심장마비까지 왔었다고 이야기한다. 플로레스는 로미오에 대해 죄책감이 없느냐고 묻고, 보겔은 로미오가 적당한 대가를 받았지 않느냐고 말한다. 그리고 로미오가 체포된 이후로 폭탄테러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사실 보겔은 마티니와 단둘이 만난 밤에 마티니의 혈혼을 얻었고, 그걸 실종소녀의 가방에 심어 증거를 조작했다. 마티니를 체포한 지 며칠 뒤 보겔에게 지역 기자 비아트리스 레만이 전화를 걸어온다. 그리고 마티니는 무죄라며 안개남자를 검색해 보라고 말한다. 안개남자는 30년 전 마을에서 소녀들을 대상으로 일어난 연쇄 실종 사건의 진범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10대 소녀 5명이 실종됐고, 모두 붉은 머리에 주근깨가 있었다고 말한다. 기자는 지금껏 잡히지 않았던 그 안개남자가 다시 나타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기자는 안나가 실종된 날 누군가가 자신에게 우편으로 보냈다며 안나의 일기장을 건네준다. 일기장에는 "해변에서 귀여운 남자애를 만났다. 심장이 있는 왼팔 안쪽에 그의 이니셜을 적기로 했다. 나만의 비밀로 간직할 것이다"라고 적혀 있다. 보겔은 일기장에 꽂혀 있던 사진 속 장소로 간다. 그곳에서 검은 봉지에 싸여 있던 비디오테이프를 발견한다. 비디오테이프를 틀어 보았는데 어떤 방에 안나가 잡혀 있었다. 보겔은 그 장소를 찾아간다. 안나가 있던 곳은 이미 폐쇄된 호텔이다. 보겔은 영상에서 봤던 그 방을 발견한다. 그러나 보겔에게는 마티니가 범인이어야 했다. 보겔은 그 자리에서 비디오테이프를 부수기 시작한다. 그때 카메라맨과 기자가 보겔을 덮친다.
다시 플로레스의 사무실 실내. 보겔은 벽에 걸린 물고기를 보며 물고기들이 다 똑같이 생겼다고 말한다. 플로레스는 과거 산속 호수에서 낚시하다가 심장마비가 왔던 때를 회상한다. 심장마비로 쓰러진 자신 앞에 놓여있던 무지개송어에게 동질감을 느꼈고, 그때 이후로 송어를 잡을 때마다 박제를 해서 벽에 걸어둔다고 말한다. 보겔은 자신이 그 기자의 송어였다며, 그 기자의 특종은 안개남자가 아니라 자신이었다고 말한다. 얼마 후 마티니는 무죄로 풀려난다. 이 사건이 큰 화제가 되면서 보겔은 마티니와 함께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다. 무대 뒤편에서 마티니와 함께 대기하던 보겔은 마니티의 팔목에서 안나의 팔목에 있던 것과 같은 표식을 보게 된다. 안나를 납치해 살해한 자는 마티니가 맞았던 것. 마티니는 우연히 억울하게 테러범으로 몰렸다가 거액의 보상금을 받게 된 로미오의 이야기를 TV로 보게 되었고, 안개남자 미제 사건을 모방하기로 한다. 일부러 차를 몰고 안나의 주변을 맴돌고, 실종일 당일 손에 상처를 냈다. 사건의 용의자로 의심받아 감옥에 들어가기 위해 전부 계획한 일이었다. 보겔에게 안개남자 미제사건을 얘기해 준 기자 역시 마티니와 한패였다. 이를 모두 다 알게 된 보겔은 마티니를 살해했고, 도망가던 와중에 차 사고가 난 것이었다. 보겔의 셔츠에 묻은 피는 마티니의 피였다. 보겔을 다시 경찰에 넘기고, 플로레스는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창고에 있는 작은 상자를 연다. 거기에는 서로 다른 붉은 머리카락 뭉치가 6개 들어 있다. 30년째 잡히지 않고 있는 안개남자는 바로 플로레스였다.
등장인물
안나: 크리스마스 이틀 전 실종된 10대 소녀. 보겔: 안나 실종 사건을 맡은 형사. 예전에 폭탄테러 사건을 맡았는데, 무고한 사람을 범인으로 몰아 감옥에 넣었다가 그 자가 무죄로 밝혀지며 불명예를 얻은 바 있다. 로미오: 과거 보겔이 폭탄테러범으로 몰아서 감옥에 갔다가 무죄가 밝혀져 석방된 인물. 마티아: 안나를 캠코더로 찍은 또래 소년. 마티니: 해당 지역의 학교 교사. 안나가 실종되던 날 등산하러 간다며 집을 나섰다. 스텔라: 보겔과 친분이 있는 여기자. 지역 기자: 보겔에게 안개남자의 존재를 알려주면서, 안나의 일기장을 건네준 기자이다. 정신과 의사 플로레스: 늦은 밤 차 사고를 낸 보겔의 정신 상담을 맡는다.
결말과 해석
마티니는 돈 때문에 모든 걸 계획했다. 마티니는 해당지역의 학교 교사다. 영화에서 마티니가 강의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위대한 작가의 첫 번째 원칙은 카피이다. 희생양을 찾아야 한다. 가급적 결백한 사람이어야 한다. 회피 경향이 있는 사람이어야 하고, 모두가 그 사람을 의심해야 한다. 책에서는 증오심 때문에 사람을 죽이지만 현실에서는 보통 돈 때문에 사람을 죽인다.' 마티니는 보겔에게 누명을 쓰고 체포되었다가 다시 풀려나고, 이 일로 유명세를 타면서 출판사에서 책을 쓰고 싶다는 제안까지 받게 된다. 마티니는 보겔의 예전 사건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보겔을 이용해 보상금을 타려는 계획을 세운 것이었다. 그렇다면 안나를 죽인 진범은 누구일까? 안개남자 미제사건의 피해자는 지금껏 총 5명인데, 마지막 장면에서 플로레스의 상자 속 머리카락 뭉치는 6개이다. 하나는 안나의 머리카락임을 알 수 있다. 플로레스 사무실 벽에 걸린 송어는 범죄 피해자들을 상징한다.
감독은 원작소설의 작가 도나토 카리시이다. 행동과학 범죄학자 출신 소설가가 직접 소설을 영화화해 연출한 것이다. 원작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 아무에게도 자신이 악마라는 사실을 알리지 못한다면 악마가 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범죄자들이 피해자의 머리카락이나 혈흔 등을 모으는 의식 등을 의미한다. 원작은 동명소설 <안개 속 소녀>이다. 작가는 이탈리아의 저명한 범죄학자 도나토 카리시이다. 수많은 범죄 중에서 어떤 사건이 언론의 관심을 받아 범국민적 이슈가 되는지, 또는 어떻게 돈벌이의 수단이 되는지를 다룬 영화 시나리오를 썼다. 그 시나리오를 다시 소설로 재집 필한 게 <안개 속 소녀>다. 영화는 이외에도 범죄와 언론의 관계를 집요하게 탐색한다. 언론이 범죄를 어떻게 다루는지, 그리고 어떻게 범죄가 상업성을 띠게 되는지 그 과정을 보여준다. 누명을 썼다가 무죄가 밝혀지면 큰돈이 되고, 또 마티니는 그 일로 유명세를 타서 출판사에 책을 쓰자는 제안까지 받게 된다. 범죄학자의 시선에서 본 언론과 수사기관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