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품은 감별할 수 있지만, 위조된 사랑은 감별하지 못한 어느 미술품 감정사의 이야기. 미술품 감정사 올드먼은 오늘도 사랑하는 여인을 기다린다. 모든 위조품엔 진품의 미덕이 숨어 있다.
영화 <베스트 오퍼> 줄거리와 등장인물
한평생 미술품 경매사와 미술품 감정사 일을 해온 63세의 독신남 버질 올드먼(제프리 러쉬). 빈틈없고 깐깐한 성격 덕에 맡은 일을 완벽히 수행하지만, 사람을 잘 믿지 못하는 성격 탓에 주위에 사람이 없이 외롭게 살아가고 있다. 친구라고는 오직 빌리뿐이었는데, 빌리(도날드 서덜랜드)는 저렴하게 나온 그림을 올드먼 대신 구매해 주는 사업상 동업자이기도 하다. 올드먼은 한평생 여성 초상화를 수집해서 자신만의 비밀의 방에 진열해 둔다. 벽면을 가득 채운 여인들의 초상화를 보는 것이 올드먼의 취미다. 그러던 어느 날, 클레어(실비아 휙스)라는 여자가 자신의 대저택에 있는 가구 감정을 의뢰해 온다. 대저택에 가 보니 여자는 없었고 올드먼은 저택 관리인과 함께 저택을 둘러본다. 저택엔 수많은 가구와 골동품이 있었다. 관리인은 클레어의 부모님이 사망한 뒤로 여자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올드먼은 저택 바닥에 떨어져 있는 톱니바퀴를 가지고 와서, 기계전문가 로버트(짐 스터게스)에게 보여준다. 알고 보니 그것은 18세기에 만들어진 로봇의 부품이었다. 로버트는 부품들을 모아 오면 큰돈이 될 것이라 얘기해 준다. 올드먼은 사람들을 불러 저택의 물건을 대대적으로 감정하기 시작하는데, 여자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 화가 난 올드먼이 감정 일을 관두겠다고 하자 클레어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전화기 너머로 감정 작업 중인 소리가 들려오자, 올드먼은 클레어가 저택 안에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다. 다음날 저택에서 클레어를 만나게 된 올드먼. 하지만 여자는 벽 너머에 있고 목소리만 들을 수 있었다. 사실 클레어는 광장공포증 때문에 15살 이후로 밖에 나가본 적이 없다. 벽 안에서 나와 집안을 돌아다니는 것도 혼자 있을 때만 가능하다고 한다. 올드먼은 벽을 사이에 두고 클레어와 대화를 나누며 호기심을 느끼게 되고, 어느 날 저택을 나서는 척하고 문을 쾅 닫기만 하고 나가지 않은 채 클레어를 훔쳐본다. 그러다 몰래 훔쳐본 사실을 들키지만, 두 사람은 비로소 얼굴을 마주하며 서로를 향한 감정을 확인하게 된다. 하지만 올드먼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클레어의 광장공포증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올드먼은 로버트에게 몰래 저택에 숨어서 클레어와 자신의 데이트를 보고 조언해 달라고 부탁한다. 그 후 로버트의 여자친구 사라가 올드먼을 찾아와서 '로버트 앞에서는 여자 단속을 잘해야 한다'는 알 수 없는 말을 하고 간다.
올드먼이 청혼 준비를 하던 중에 클레어가 사라져 버린다. 클레어를 찾는 데 온정신을 쏟느라 중요한 경매 일정도 잊어버리고 경매 중에 실수까지 하게 된다. 올드먼은 로버트를 의심한다. 친구 빌리는 인간의 감정 역시 위조품처럼 위조가 가능하다며 진심 어린 조언을 해 주지만 올드먼은 듣지 않는다. 클레어의 저택 다락방에서 클레어를 찾게 된다. 어느 날 밤, 올드먼은 클레어를 만나러 가던 길에 저택 앞에서 강도들의 습격을 받게 된다. 클레어가 이걸 보고 바깥으로 뛰쳐나와 올드먼을 병원으로 데려간다. 올드먼을 구하고자 15년만에 비로소 집 밖으로 나오게 된 것. 이 일을 계기로 두 사람은 올드먼의 집에서 함께 살게 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올드먼은 자기가 평생 수집한 여인 초상화 작품들을 걸어둔 비밀의 방까지 클레어에게 보여준다. 올드먼은 뉴욕 경매를 끝으로 은퇴하기로 결정한다. 마지막 경매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클레어가 보이지 않는다. 집사는 로버트가 찾아와서 클레어랑 함께 외출했다고 말한다. 올드먼은 이번에 구매한 작품을 들고 비밀의 방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벽 가득 걸려 있어야 할 작품들은 한 점도 남김없이 사라져 있다. 올드먼은 클레어의 저택으로 가 보지만, 이미 로버트와 함께 달아난 뒤였다. 그리고 저택 앞 카페에 있는 왜소증 여자로부터 충격적인 얘기를 듣는다. 클레어가 지난 1년 6개월 동안 237번 집 밖으로 나왔다는 것. 그리고 저택의 주인은 자신이라고 말한다. 그 여자의 이름도 클레어였다. 올드먼은 클레어를 사기죄로 신고하려고 경찰서 앞까지 가지만, 클레어가 속삭인 사랑의 말이 떠올라서 발길을 돌린다. 그리고 클레어가 좋아했다던 어느 식당 한 켠에 앉아 클레어를 기다리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결말, 제목의 의미
친구이자 동업자인 빌리, 클레어, 로버트가 모두 한통속이었다. 빌리는 자신을 예술가로 인정해 주지 않는 올드만에게 내심 불만이 있었다. 영화 초반부에 빌리와의 대화를 살펴보면, 빌리는 이렇게 말한다. "한 가지 섭섭한 점이 있다면, 자네가 내 예술성을 인정해 주지 않았다는 걸세." 올드먼은 대답한다. "미술을 좋아하고 그림을 그린다고 해서 예술가가 되는 건 아니야. 내면의 신비가 있어야 하는데, 자네는 그게 없단 말이지." 자기가 은근히 무시해 오던 빌리에게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거다. 초반에 클레어가 사라졌을 때, 빌리는 인간의 감정도 위조가 가능하다는 조언을 넌지시 해주기도 했다. 여인의 초상화를 모두 도둑맞은 텅 빈 비밀의 방에는 로버트가 남겨두고 간 로봇이 나직이 이렇게 말한다: 모든 위조품엔 진품의 미덕이 숨어 있다. 영화의 제목인 '베스트 오퍼'는 경매에서 낙찰받을 때 제시하는 최고 제시액을 의미한다. 즉, 올드먼은 자기 삶의 전부를 베스트 오퍼로 걸고 위조품을 낙찰받은 셈이다.
원작
원작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영화의 감독은 쥬세페 토르나토레이다. 영화 <시네마 천국> 감독으로 잘 알려져 있다. 감독 본인이 직접 시나리오를 썼다. 영화를 구상하는 단계에서 쓴 글을 출간하기도 했다. 정확히 말하면 원작이라기보다는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겠다. 감독은 영화 제작 단계에서 쓴 글을 출간하며 이렇게 설명했다. " 이 책은 진정한 소설이 아니라, 영화감독이 보다 민첩하고 보다 단순하게 작업을 하기 위해 만든 전략에 가깝다. 형식적으로 순수하지 않은 텍스트이다. 소설이라고 할 수도 있고 영화 대본이라고 할 수도 있으며, 둘 다라고 말할 수도 있다."
온갖 미술품은 감정할 줄 알았지만, 인간의 사랑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구분하지 못한 경매사 이야기다. 친구인 줄 알았던 빌리도 알고 보니 친구가 아니었고, 60대에 처음 찾아온 사랑을 잃을까 봐 전전긍긍하며 데이트를 잘하고 있나 봐 달라고 조언을 구했던 로버트 역시 사기꾼에 불과했다. 자신을 둘러싼 삶과 인간관계에서는 가짜와 진짜를 구별할 줄 몰랐던 한 남자 이야기. 모든 것이 밝혀진 뒤에도 끝까지 여자를 기다리는 결말이 씁쓸하게 느껴진다.